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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시장 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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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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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2-15 18:23:27, 조회 : 1,084, 추천 : 41 |
3월, 아직은 곳곳에서 겨울의 풍경을 볼 수 있지만 그래도 집안 가득 스미는 따사로운 햇살, 코끝에서 살랑대는 부드러운 바람이 있다. 봄은 이렇게 다정다감하게 자기의 모습을 드러낸다. 이때가 되면 괜스레 구석구석 쌓여 있던 먼지도 털어내고 가구의 자리도 바꿔 보지만 봄을 느끼기에는 왠지 부족한 감이 있다. 화사하고 싱그러운 봄. 그 푸름과 풋풋한 향내를 찾아 꽃시장을 둘러보자.
봄은 애써 부르지 않아도 오지만 내가 먼저 봄을 찾아 느끼는 일은 또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도심에서 봄을 느끼기는 그리 만만한 일은 아니지만 꽃시장을 찾아 미리미리 봄을 느껴보자.
서울 안에는 어떤 꽃시장이 있을까. 지하철 4호선 회현역에서 내려 남대문시장으로 들어가면 대도상가 E동 3,4층에 남대문 꽃도매상가가 있다. 이곳 3층에서는 40여 종류의 꽃을 전시 판매하는데 일반 꽃가게의 절반 값으로 소비자에게 공급하고 있다.
꽃의 화려함을 벗어나 짙은 녹음을 느껴 보고 싶다면 한 층만 올라가면 된다. 즐비한 관엽식물들이 내뿜는 싱그러운 공기를 가슴 가득 맡으며 고아한 난의 향기에 흠뻑 취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종로 5가 원예 거리도 가볼 만한 곳이다. 1호선 종로5가역과 동대문역 사이의 거리에 조성된 이곳에서는 주로 묘목이나 씨앗을 판매하고 있어 다른 꽃시장처럼 화려한 맛은 덜하지만 요즘 보기 힘든 민들레, 할미꽃, 참싸리 같은 야생종을 구경할 수 있다. 아이들을 데리고 산책 삼아 둘러보아도 좋으며 씨앗도 판매하니 조금 사다가 화단을 꾸미면 볼거리도 되고 좋은 자연 학습 교재도 될 것이다.
도심을 약간 벗어나면 지하철 3호선 고속버스 터미널역에 터미널 꽃상가가 있다. 경부선 고속버스 터미널 지하 1층에 자리잡은 이곳에는 100여 개의 점포가 밀집해 있는데 각기 한 가지씩 전문으로 취급하는 꽃이 있어 특정 꽃의 다양한 색깔이라든가, 파생종들을 확실히 구경할 수 있다.
생화의 자연미를 만끽한 후에 조화를 통해서 환상적인 인공미에 푹 빠질 수 있는 것도 이곳의 특징. 고운 망사에 싸여 화려한 자태를 뽐내는 조화들을 보노라면 생화에서는 볼 수 없는 화사함에 감탄을 금치 못한다.
지하철 3호선 양재역에서 버스로 5분 거리인 양재동 화훼공판장은 국내 최대 규모의 꽃시장. 그런 만큼 꽃의 종류도 다양해 다른 곳에서는 구경하기 힘든 품종까지 구경할 수 있고, 매장은 온실처럼 꾸며져 있어 꽃샘 추위에 떨 걱정도 없다.
3호선 구파발역에서 통일로를 따라 문산 쪽으로 가다 보면 1천여 개의 비닐하우스가 줄지어 있는데 이곳이 구파발 화훼단지다. 낯선 수입 품종보다는 국내에서 재배하는 자생 품종이 많고 선인장, 철쭉, 분재 등도 전시 판매하고 있다.
구파발 화훼단지는 다른 꽃시장처럼 점포가 밀집되어 있지 않고 드문드문 떨어져 있어 주말에 자동차를 이용한 가족 나들이 코스로 이용하면 좋다. 노랑, 주홍, 빨강, 보라, 핑크 등 갖가지 꽃들의 향기와 모양에 취해 시장을 돌다 보면 화사한 봄꽃과 향기로운 풀 냄새를 집안으로 옮기고 싶은 충동이 솔솔 일어난다.
우리 집에는 어떤 화초가 어울릴까? 봄과 잘 어울리는 꽃은 튤립과 프리지어, 수선화 같이 줄기가 녹색이고 꽃송이는 노란색인 종류들이 좋다. 줄기가 굵고 송이가 큰 튤립이나 프리지어를 꽃병이나 유리병에 소담스럽게 꽂은 뒤 거실 탁자에 놓아두면 칙칙했던 거실이 한결 밝아질 것이다.
움직임이 많은 아이의 방을 장식할 때에는 선인장 같은 위험한 식물보다 오아시스(스펀지처럼 생긴 것으로 물을 잘 빨아들인다)를 물에 담갔다가 꽃을 꽂은 뒤 바구니에 담아둔다. 꽃도 오래가고 물이 엎질러지거나 꽃병이 깨질 염려도 없다. 고구마, 히아신스, 양파 같은 알뿌리 식물을 컵에 담아 식물이 자라는 모습을 관찰하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햇볕이 잘 드는 베란다나 거실 구석에는 자그마한 정원 꾸며보면 어떨까. 덩굴식물을 올리거나 아이비로 공중 화단을 만들고 시원한 관엽식물을 배치하면 산뜻한 봄기운이 물씬 풍길 것이다. 한 화분에 1000~2000원 정도 하는 일년생 꽃들을 커다란 바구니에 담아 두면 동화 속 집처럼 아기자기한 맛을 느낄 수 있다.
경제적으로 꽃을 즐기고 싶은 알뜰파는 조화를 이용해 집안을 꾸며볼 수도 있다. 시들 때마다 꽃을 갈아주지 않아도 되고, 계절에 관계 없이 늘 화사함을 즐길 수 있으니 실용적인 집안 꾸미기가 될 듯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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